보름 전쯤 심은 무, 배추는 자리를 잡았다. 무는 솎아주고 배추 포기 사이로 풀멀칭을 하였다. 봄부터 강조했던 일이 풀멀칭인지라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한다.
밭 여기저기에 꽤 큰 구멍이 여럿 발견되었다. 뱀 구멍이 생겼다고 놀라는 이들도 있다. 두더지 구멍이라고 안심시키자 왜 두더지 구멍이 많이 생겼냐고 묻는다. "두더지 먹이가 많은가 봅니다"
제법 크고 잘 익은 수박 두 덩이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밭 주인은 결석인가보다. 미리내 신부님께 드릴 선물이라고 밭주인이 이미 선언해 놓은 상황이라서 수박에는 아무도 손을 못댄다.
쪽파를 밭 한 쪽에 심었다. 넓은 땅은 아니지만 심고 싶은 것은 많다. 가지 하나, 고추 몇 개, 부추 몇 가닥, 갈라진 방울토마토 한 바구니는 오늘 수확물이다. 시장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벌레먹은 고추 한 개라도 버리지 못하겠다고 한다. 소중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