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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9·24 기후정의행진 : 공동의 집 돌보기-생태적 회개의 여정 (7년 여정의 꿈)

작성자 : 생태환경위원회 작성일 : 2022-10-04 조회수 : 411

9월 24일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에 참석한 신자와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가톨릭기후행동, 가톨릭농민회 등 교회 내 생태환경단체를 비롯해 예수회와 작은형제회, 살레시오회 등 남녀 수도회들도 대거 참여했다.사진 최용택 기자


“인류 자신이 변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인류가 공통된 기원을 지니고 있고 서로에게 속해 있으며 미래를 함께한다는 인식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긴 쇄신의 여정이 필요한 커다란 문화적, 정신적, 교육적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찬미받으소서」, 19항, 202항 참조)

9월 24일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일대에 시민 3만5000여 명이 운집해 기후행진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한 기후행동에 모인 시민들이 5000여 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다. 여기에는 가톨릭기후행동, 가톨릭농민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멸종반란가톨릭 등 교회 내 생태환경단체를 비롯해 예수회와 작은형제회, 살레시오회 등 남녀 수도회들도 대거 참여했다.


기후위기에서 기후정의로

400여 개 참여 단체와 2400여 명의 ‘9·24 기후정의행진’‘ 추진위원들은 ‘기후정의’를 외치며 스스로 기후위기의 당사자들임을 자처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불의한 대처를 비판하며 행동에 나섰다. 2019년 기후행동이 우리가 직면한 사태가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임을 규정했다면 이날 기후행동은 기후‘정의’의 실현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기후정의선언은 대형 산불로 소실된 생명들, 폭우로 반지하에서 물에 휩쓸려간 동료 시민, 성장지상주의로 착취받는 노동자들, 미래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바로 기후위기의 당사자들이라고 선언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우리에겐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모두가 안전한 사회 말고는 우리가 안전할 수 있는 사회는 없다”고 말했다.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강승수 신부는 “모두가 기후재난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왜 바뀌지 않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지구가,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으니 지금 우리가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9·24 기후정의행진 중 참가자들이 지구멸종으로 인한 죽음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사진 최용택 기자


연대, 위기 극복할 수 있는 큰 희망

신홍선(엠마누엘) 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은 “농민들은 기후위기를 몸으로 체험한다”며 “생명을 키우고 살리는 농민들 모두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행진에 참여한 이은주씨는 “많은 이들이 뜻을 모아 기후정의를 외치는 행진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함께 뜻과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하늘과 땅을 남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은형제회 JPIC 위원장 김종화 신부는 “‘위기’에 대한 인식은 이제 ‘정의’의 실현이라는 차원으로 넘어갔다”며 “느슨한 연대를 넘어서 모든 시민들이 뜻을 펼 수 있는 더욱 강력한 조직을 형성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세종(디오니시오) 대전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은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뜻을 모았다는데 이번 행진의 의미가 있다”며 “천주교회를 포함한 종교가 뜻있는 시민단체들과 연대하는 것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큰 희망”이라고 말했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가톨릭기후행동 운영위원은 “하느님의 창조질서보전, 모든 피조물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우리의 행동은 함께 꾸는 꿈”이라며 “정부와 거대기업에 비해 당장은 미약해보일지 몰라도 신앙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이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기후위기의 당사자들

9·24 기후정의선언에서 이날 행진 참가자들은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의 종식, 모든 불평등의 종식과 함께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이 기후정의 실현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14항에서 생태환경 문제는 “모든 이가 참여하는 대화가 필요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큰 효과를 보이지 않는 이유가 “힘 있는 자들의 반대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사람들의 관심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들과 거대기업들의 무책임한 환경 파괴, 그리고 우리들의 무관심은 기후변화를 위기 상황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 위기에 대한 대응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무척 다급하지만 우리는 위기를 이겨내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는 인류가 동료와 세대 간의 연대를 통해서 혹독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고 문명을 만들어왔듯이, “인류의 진화처럼 우리의 연대가 기후위기를 막아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기후재난 극복을 호소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사진 최용택 기자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모든 피조물의 생명과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시작했다. 그 여정이 본격화된 올해 보편교회와 한국교회는 각자 처한 처지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생태적 회개의 여정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한국 주교단은 2020년 10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면서 특별 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하고, “한국천주교회도 보편교회와 한마음으로 7년간의 생태적 희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동시에 교구와 본당, 기관과 단체 및 신자 개개인들이 7년 여정에 참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담은 실천 지침을 마련했다.

이러한 한국교회 전체 차원의 사목적 권고를 바탕으로 각 교구는 이후 7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질 ‘찬미받으소서’ 실천의 여정을 마련하고 지난 한 해 동안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생태환경 사도직 활동을 추진해왔다. 이제 공동의 집, 피조물을 돌보는 소명은 가톨릭 신앙생활의 본질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7년 여정, 첫 해의 결실들

7년 여정의 첫걸음은 생태교육, 교구와 본당의 생태사도직 조직과 활동가 양성에 집중됐다. 각 교구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도 온라인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추진했다.

한국교회에서 처음으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행동 플랫폼’을 작성한 의정부교구는 생태신학의 정의와 개념으로부터 다양한 생활 속 실천 방안들을 소개하며 7년 여정을 위한 지침을 제시했다. 특히 관련 동영상과 단체 소개, 160여 권의 참고 도서들을 선별 추천해 교육과 양성의 토대로 삼았다.

부산교구는 다양한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운동과 함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읽고 되새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사제들이 회칙을 낭독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생태사도직 활동의 손발이 될 교구와 본당의 조직 구성은 7년 여정 첫해의 가장 큰 결실이다. 제주교구는 기존 틀낭학교를 생태영성활동가 양성교육으로 삼아 여기에서 양성된 활동가들이 각 본당에서 ‘하늘땅물벗’ 모임을 창립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4곳에서 모임이 창립됐고, 교구 내 31개 본당 중 28개 본당에 생태환경분과가 설치됐다.

대구대교구에는 현재 41개 본당에 생태환경위원회가 설치됐고, 춘천교구 역시 소규모 본당 외 대부분 본당에 ‘찬미받으소서 분과’가 설치됐다. 이를 위해 교구에서는 비대면 강좌를 운영해 본당 분과 설치를 지원했다.


지난 5월 22일 대전교구 홍성·광천·내포본당 합동으로 실시한 반장·구역장 교육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성당 밖에서 가톨릭기후행동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7년 여정의 핵심적 과제는 ‘탄소중립’의 실천이다. 가장 먼저 수원교구가 2021년 9월 11일 탄소중립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교구의 모든 전력 사용을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을 선언했다. 이어 춘천교구가 같은 해 12월 204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데 이어 대전교구가 올해 9월 26일 교구장 김종수 주교 주례로 2040 탄소중립 선언미사를 봉헌했다.

가장 먼저 탄소중립을 선언한 수원교구는 지난 1년 동안 생태적 회개,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본당 자원순환운동을 중심으로 7년 여정의 틀을 다졌다. 특히 화석연료로부터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교회 안에서의 태양광 발전소 설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19년 창립총회를 가진 대전교구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과 수원교구에서 올해 1월 창립한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이 있다. 햇빛발전 협동조합은 시민들이 에너지 소비자로서 머물지 않고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스스로 생산자가 되어 활동하도록 한다.


7년 여정, 희망을 향해 걷는 길

보편교회와 한국교회 전체 차원의 사목적 관심과 노력은 올해가 7년 여정의 첫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공동의 집이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실상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생태적 회개에 대한 신자들의 인식이 아직은 일천하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여겨진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다양한 교육과 양성 노력,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 운동 추진에도 불구하고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실”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완전히 개선되고 교회 활동이 정상화되면, 그럼으로써 교육이 강화되고 참여도가 높아지면 교회의 생태환경 활동은 크게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 위기가 “깊은 내적 회개를 요청한다”(「찬미받으소서」 217항)며 ‘생태적 회개’는 “그리스도인 체험에서 선택적이거나 부차적인 측면이 아니”라 ‘성덕 생활의 핵심’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나아가 “노래하며 걸어가자”며 “지구를 위한 우리의 투쟁과 염려가 결코 우리의 희망의 기쁨을 앗아가지 못한다”(찬미받으소서 244항)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