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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새만금의 기도 - 종교환경회의 생명평화순례

작성자 : 생태환경위원회 작성일 : 2023-08-29 조회수 : 140

새만금의 기도

지난 8월 23일부터 2박 3일 동안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종교인들의 생명평화순례가 있었다. 종교인들은 군산 동국사에서 불교 기도회로 순례를 시작했다. 종교환경회의 상임대표 법만 스님은 발원문을 통해 “바닷물은 태양을 받아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시고,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고 샘물이 되어, 다시 내를 이루고 강물이 되어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이렇듯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친밀하게 소통함으로 생명이 된다. 하지만 이런 생명의 길이 인간의 탐욕으로 단절되고 가로막혀 죽어가고 있다.”고 기도하며 “모든 생명이 제 숨을 평화롭게 쉬는 세상을 염원하며, 가두어 썩어가는 새만금호를 열고 바닷물과 소통되기를 부처님 전에 발원”하였다.

불교 기도회를 마치고 거센 빗속에서 종교인들은 새만금 순례를 시작했다. 1991년 대대적인 개발과 ‘지역 숙원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시작된 새만금 방조제 사업은 갯벌 생태계는 물론 주변 어민들의 삶을 그야말로 초토화시켰다. 잼버리를 핑계로 해수 유통만 되면 바로 갯벌로 복원될 수 있는 해창 갯벌을 매립하고, 결국 파행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만 당했다. 새만금 잼버리는 생명의 단절로 시작된 예견된 참사였다. 이날 새만금 현장을 안내한 오동진 단장(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자연이 강폭과 수심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폭이 좁으면 깊어지고 넓으면 낮아진다. 새만금은 깔때기처럼 강폭이 넓어 수심이 낮다. 그래서 생합 등 조개가 많았다. 하지만 자연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한 채 개발 세력들은 낮은 수심의 모래를 그저 건설재로 보았다. 참사의 시작이었다.


순례단이 잼버리장을 걷고 있다.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순례단이 잼버리장을 걷고 있다.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둘째 날 군산 하제마을을 순례했다. 원래 3천 명 주민이 살던 마을로 수협 지소가 있을 만큼 컸다. 하지만 새만금 사업으로 어업이 어려워지고, 2002년 미군 부대가 커지며 탄약고 안전거리를 이유로 주민 이주가 시작되어 지금은 김 양식하는 주민 등 2가구만 남아있다. 미군 F16 전투기가 35대, 한국군 전투기 15대를 보유 중인 미군기지다. 지금은 활주로 공사로 비행이 잠시 멈췄지만 원래 전투기 비행으로 소음이 심했다. 이렇게 주민이 떠나고 마을 한가운데 팽나무만 남아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팽나무는 수령 600년이다. 고려 말부터 살았던 나무다. 이 나무 아래서 매월 셋째 주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팽팽 문화제가 열린다.

하제마을 팽나무 앞에서 생명평화순례단.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하제마을 팽나무 앞에서 생명평화순례단.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수라 갯벌에 들었다. ‘수라’는 20년째 새만금 구석구석을 누비며 생태계와 주민 삶의 변화를 조사하고 있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지은 이름이다. 군산시 옥서면 남수라 마을 옆 이름 없는 갯벌에 ‘수놓은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다. 수라의 하늘에는 민물가마우지들이 잠자리 터인 옥녀봉으로 끊임없이 날고 있었다. 가마우지 날갯짓 아래 새만금 생명평화순례 원불교 기도회가 열렸다. 오광선 교무(원불교환경연대 대표)는 새만금 생명 평화 기도에서 “인간의 탐욕심으로 새만금 마지막 갯벌인 수라마저 파괴하려는 미망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구공동체를 이루어 가기에 힘쓰도록” 기도하였다.

수라 원불교 기도회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수라 원불교 기도회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순례 마지막 날 천주교 기도회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철회 촉구 거리 미사로 봉헌되었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세종시 환경부, 국토부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철회 촉구 천막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천주교에서는 격주로 거리 미사를 진행한다. 이날 미사에는 새만금 삼보일배를 함께 한 문규현 신부가 참석했다.

천주교 미사.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천주교 미사.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새만금 제일 아래에 장승벌이 있다. 그 위로 아직 많은 갯벌이 남아있다. 갯벌에는 저어새, 큰뒷부리도요새가 있고 흰발농게, 재첩이 있다. 마음이 있어야 보인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새만금 장승벌에는 20년 동안 삼보일배의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쓰러진 장승을 눕히고 새로 장승을 세우고 있다. 그 아래 아직 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 생명이 기도다. 갯벌의 기도다.

“살아있는 생명은 그 어떤 것이든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길거나 크거나 중간이거나, 짧거나 작거나 거대하거나,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가깝거나 멀거나, 이미 있거나 앞으로 태어날 이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마치 어머니가 하나뿐인 자식을 목숨을 다해 보호하듯이 모든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자애를 키워나가야 합니다.” (새만금 불교 기도회 ‘자애경’ 가운데)



장승벌에서 생명평화순례단.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장승벌에서 생명평화순례단.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