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교회는 오래전부터 생태·환경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인간 존엄과 사회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법과 방향을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최근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기자간담회에서도 탈탄소 사회 전환, 햇빛소득마을 확대, 송전망 갈등 해소 등이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전환 정책들 상당수가 이미 교회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천해 온 의제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원자력 발전 문제에서는 정부와 교회의 시각이 엇갈린다.
탈탄소·재생에너지 전환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4일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수송과 건물 분야의 탈탄소화"라고 밝혔다.
탈탄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는 교회가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분야 중 하나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각 교구는 그동안 태양광 발전 확대와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수원교구는 2021년, 2030년까지 교구 222개 본당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대전교구 또한 2022년 '204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교구 내 모든 본당이 2030년까지 전기에너지 자립,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24년 대전교구 갈마동본당이 첫 탄소중립 본당으로 선정된 이후 만년동본당, 문창동본당 등이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대전교구는 탄소중립 선언 이전부터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운영하며 태양광 발전 수익을 조합원과 공유하고 있다. 최근 기후부가 강조한 햇빛소득마을 정책 역시 주민이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교회가 강조해 온 에너지 민주주의와 공동체 경제의 가치와 맞닿아있다.
원전을 두고 정부와 교회의 엇갈린 시각

원자력 발전을 둘러싸고는 정부와 교회의 시각이 엇갈린다.
정부는 현재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며, 신규 원전 건설 여부와 부지 선정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전기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최적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에너지원에 대한 선호나 조건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념적이지 않고 실용적으로 국민과 협의하면서 최종안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인 양기석 신부는 CPBC와의 통화에서 "원전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하지만 실제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는 전 세계 31개국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처럼 원전이 밀집된 국가에서 계속해서 원전 수요를 이야기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은 건설과 유지 비용이 많이 들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에너지원"이라며 "한 번 대규모 원전 산업을 구축한 국가는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송전망은 정의의 문제"
정부와 교회가 주목하는 과제 중 하나는 송전망 문제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국적인 초고압 송전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반발과 갈등이 이어지면서 최근 전국 27개 송전선로 사업의 입지선정위원회 절차를 한 달간 보류했다. 기후부는 이 기간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절차적 문제를 점검해 갈등 해소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가톨릭교회는 송전망 문제를 지역 공동체와 정의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이어진 밀양 송전탑 갈등 당시 교회는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국가 에너지 정책 과정에서 주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2년에는 주교회의가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를 가톨릭환경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맹주형 가톨릭기후행동 팀장은 CPBC에 "송전망 설치의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중심의 에너지 체제인 만큼 불공정하다는 것"이라며 "밀양 사태 당시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란 말이 나왔듯 가장 약한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특히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인구밀집 지역에서는 송전망을 지하화 중심으로 가는 방향이 맞다"고 덧붙였다.
김성관 장관은 간담회에서 "특별하지 않으면 공중으로 송전망을 설치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면서도 "그렇지만 국민의 삶이나 조망권, 건강권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에는 지하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jojo@cpbc.co.kr
출처 : https://news.cpbc.co.kr/article/1173599